장지동 줄다리기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21.03.16 조회 : 511

장지동 줄다리기는 예부터 인근 지역에도 널리 알려진 정월 대보름 축제로, 주변 마을에서 매년 수백 명의 구경꾼들이 운집하여 성황을 이룰 정도로 시의 대표적인 대보름 민속놀이다.

시의 중심부에 위치한 장지동의 마을은 앞가지·뒷가지·담안·절골·태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체로 조선 전기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지금은 도심지로 변모하였지만 예전에는 벼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전형적인 농촌이었다.

장지동 줄다리기는 새해를 맞이하는 신년의례인 동제를 지낸 뒤에 풍농을 예축하는 대보름 행사로 거행되었다. 앞가지와 뒷가지 마을은 정초에서 대보름 사이에 생기복덕을 가려서 길일을 택하여 합동으로 산제를 지냈다. 이어 산제를 마치고 나면 정월 대보름 저녁에 마을주민들이 모여 달맞이를 한 다음 줄다리기를 행하였다.

하지만 1970년대 초 3번 국도가 개통되면서 산제당이 있는 영산의 지맥이 끊어지면서 산제는 중단되고 줄다리기만이 옛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줄다리기는 대보름 2~3일 전, 걸립(乞粒)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마을에서 십시일반으로 쌀과 돈을 갹출하여 비용을 마련하고, 짚도 함께 걷어서 동아줄을 꼬았다. 이처럼 마을의 단합된 힘으로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 주민들은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일체감을 확인하는 것이다.

총 길이 70~80m에 이르는 동아줄을 틀어 줄을 제작하는 기간은 보통 2~3일이 걸리고, 여기에는 마을 사람들의 단합된 힘이 필수적이다. 준비 과정을 거쳐 정월 대보름이 되면 아침부터 마을회관에 모여서 척사대회를 열고, 풍물패의 지신밟기도 이어진다. 날이 어두워지면 주민들은 앞동산으로 올라가서 달맞이를 하며, 떠오르는 달을 보고 새해 소원을 빈다.

달맞이를 마치고 내려와 보름달이 중천에 떠오르면, 드디어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장지동에서는 남녀로 편을 가르는데, 결혼을 하지 않은 총각들과 어린이는 여자 편에 합세한다. 이어 승부가 기울면 이긴 편은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며 한바탕 노는데, 이렇게 모두 세 번을 겨루어서 두 번을 이긴 편이 그해의 승자가 된다.

장지동에서는 예부터 “여자가 이기면 보리 풍년이 들고, 남자가 이기면 벼 풍년이 든다”는 속설이 전해진다. 이는 쌀이 매우 귀했던 시절에 보리라도 풍년이 들어야 마을 사람들이 굶주리지 않고 먹고 살 수 있다는 뜻이었다. 따라서 막상 줄다리기가 시작되면 여성들에게 일부러 져주는 게 관례이다. 한편 줄다리기를 마친 동아줄은 태기에 효험이 있다고 하여 자손이 귀한 집에서는 그 줄을 끊어다가 달여 먹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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